1999년 프랑스 교육부가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이 약의 전격적인 배포를 결정한 것이 외신을 통해 알려지면서 한국에서 붙여졌던 이름은 '사후피임약'. 말 그대로 사후(?)에 원치않는 임신을 방지하는 약이라는 다분히 포괄적인 용도를 규정하는 약의 명칭에 대해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가 '응급피임약'으로 개명해 시판해야 한다는 다소 특별한 전제를 달았다.
종전의 '사후'라는 자극적인(?) 용어보다는 응급한 상황을 설정하고 약의 적용범위를 좁혀, 어떻게든 성에 대해 폐쇄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사회를 우회해 보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작명이다. 그러나 현재 의협을 포함한 많은 단체들이 시기상조론을 펴며 약의 시판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상태여서, 약의 바뀐 이름이 큰 효력을 보지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약의 시판에 적극적인 쪽은 약의 시판여부보다는 전문가의 적절한 관여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며, 약의 시판이 한국의 성문화와 연계돼 논의된다면 한국의 낙태현실의 개선에는 도움이 전혀 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다.
의료계의 추산에 의하면 한해동안 한국에서는 수십만명의 여성이 150만번에 걸쳐 차가운 수술대 위에서 낙태수술을 시술받고, 매일 1알씩 21일간 먹는 경구용 피임제가 사후피임약이란 이름으로 약국에서 버젓이 조제 판매되고 있으며, 불법조제된 이 약들은 부정 자궁출혈과 배란장애, 난소기능의 이상의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성 1,000명 중 29.9명의 낙태율을 기록하고 있는 미국 정부는 사후피임약의 시판으로 매해 70만건의 임신중절이 예방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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